(아래 기사는 2010년 10월 ‘부동산 캐나다’ 지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지난 24일 전국부동산협회(CREA)와 연방 공정거래위원회(Competition Bureau)는 소비자가 부동산 중개인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필요한 것만 선택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비용만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담은 합의를 공식 체결했다.
그 동안 국내 부동산 거래의 90% 이상이 전국부동산협회가 제공하는 매물정보시스템(MLS®)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파는 사람은 중개인에게 중개료로 4%~5% 안팎을 지불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들은 중개 수수료 부담이 크고 부동산협회가 MLS를 독점하고 있어 소비자들로서는 이를 대체할 서비스를 찾기 힘들다며 MLS®의 전면 개방 등 해결방안을 내 놓으라고 부동산협회에 요구해 왔고, 이에 따라 협회는 올초 일부 MLS 개방조치를 내 놓은 바 있다.
향후 10년 간 효력을 갖는 이 합의는 지난달 30일 전국부동산협회와 공정위 이사회에서 각각 통과된 후 이날 열린 총회에서 대의원 97%가 찬성함에 따라 결의된 것이다. 조지 파후드 전국부동산협회 회장은 법정으로 가지 않고 양자 간 무리없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부동산 중개인은 MLS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욱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멜라니 에이켄 공정거래 위원장은 이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조치가 시행 중이다.
이번 합의로 부동산 거래 관행에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 중개인에게 MLS 등재에서부터 매매에 이르기까지의 부동산 거래시의 모든 절차를 일임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이제부터는 이 모든 과정 중에서 소비자가 직접 또는 타 전문인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해 따로 처리할 수 있다. 즉, 해당 수수료만 지불하고 MLS에 등재하고 난 후 중개 수수료를 보다 싼 요율로 제공하는 타 중개업체를 이용해 집을 팔 수도 있다. 협회도 이와 관련하여 중개인을 징계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없다. 그러나 MLS 등재는 개인이 직접 할 수 없으며 지금처럼 전국부동산협회 소속 중개인만이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집을 직접 팔아도 사는 측에서 중개인을 통해 샀다면 협약한 소정의 중개비를 내야 한다.
통상 중개비 요율보다 훨씬 저렴한 중개비를 제시하거나 집 값에 관계없이 균등한 중개비를 받는 할인중개업체(discount broker)들이 보다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일부 중개업체들은 매물 등록을 109달러 이하에 해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단 중개비가 앞으로 얼마간 조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개비를 절약할 것인가, 전문 서비스를 알차게 받을 것인가
그러나 중개업체에서는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조치가 실질적으로 부동산 중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건강을 지키려면 의사에게 가야 하고 법률적인 문제가 예상되는 중대사를 치르려면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집을 사고 파는 문제 역시 작은 실수 하나에 큰 낭패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위임해 실수를 방지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부동산 매매 과정에는 법률적인 문제와 각종 복잡한 문서들이 오가는데 이는 전문적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아닌 일반인들이 직접 다루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요즘같이 부동산 시장이 둔화된 시기일수록 집을 판다는 것이 생각 외로 쉽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MLS에 등재만 했다고 해서 그냥 집이 팔리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 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내 집을 제 값을 받고 팔려면 홍보와 광고 외에 전문적 마케팅, 시장을 보고 판단하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 매매시 필요한 각종 협상 과정에서도 경험있는 중개인과 일반인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공정위는 전국부동산협회가 그간 MLS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의 폭을 넓게 제공하기 위해 이번 협약을 이끌어 냈다고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런 점에서 부동산 매매 업무가 워낙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준상 21세기 한인부동산 대표도 “부동산 업무는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들과 마찬가지로 경험과 전문 지식이 필요한 업무”라면서 “소비자들은 중개비 절약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거래시 생길 수 있는 실수가 중개비 절약보다도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상 대표는 “협회의 결정에 따라야 하겠지만 이는 중개 업무를 단계별로 나누어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는 전문 지식과 경험, 시간이 없는 일반인들이 직접 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것만 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 그렇게 처리할 수 밖에 없겠지만 나중에 계약서에 그런 문구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소연할 경우에는 더 큰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중개 수수료에 대해서는 “집을 매매할 때는 보통 몇 개월 동안 집을 보여주고 다니는데 이는 고스란히 중개인의 부담”이라면서 “이 외에도 중개인들은 광고비나 보험료, 사무실 유지비 등을 제외해도 연 5천달러 정도의 비용 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에 비하면 4% 정도의 중개 수수료가 과한 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중개업체에서는 이미 부동산 중개 업무가 분리 처리될 것에 대비해 각 단계별로 업무 처리 지침서와 필요한 양식들이 제공되고 있다.